장음표시 사용
2021.06.27 18:41
"Passiōnem innocentium dēprecātum, fīnem vīsūrus esse." 라는 문장을 썼는데요, 여기서 Passiōnem과 innocentium의 수가 일치하지 않아 이게 문법적으로 맞는 문장인지 헷갈려서 질문드립니다. 영어로는 고통을 불가산 취급하여 단수처리하는데, 라틴어에서도 이 논리가 통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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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centium(결백한, 순수한; 남/여성 복수 속격)은 passionem(고통; 여성 단수 대격)을 수식할 수 없습니다. 형용사는 수식하는 명사와 성/수/격에서 일치해야하는데, 저 둘은 수와 격에서 일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라틴어에서 수식의 대상이 일반적인 사람인 경우 자주 생략되는데요, 여기서 innocentium이 이 경우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innocentium은 '결백한 이들의', '순수한 이들의'라고 해석되며, passionem innocentium의 경우 '결백한 이들의 고통을'이라고 해석되겠죠. 문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습니다.
위 구절의 애매한 부분은 서술하는 동사가 없어서 완전한 문장을 이루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위 문장은 다음과 같이 해석되는데
결백한 이들의 고통을(passionem innocentium) 막기 위하여(deprecatum) 끝을(finem) 볼 것(visurus esse)
라틴어의 미래 부정법(~할 것)는 한국어에서와 다르게 '~하겠다'처럼 의지를 나타내는게 아니라 그저 미래 시제의 부정법을 나타내는데 쓰입니다. 즉, '끝을 본 것 / 끝을 보는 것 / 끝을 볼 것'과 같이 시제의 차이만 있을 뿐 그저 보는 행위 자체를 명사적으로 나타내는게 전부입니다. 완전한 문장이 되려면 여기에 서술어가 붙어야 합니다. (예: 끝을 보는 것은 좋다)
정리하자면, 쓰다 만 문장 같은 느낌이 난다는게 애매한 점이며 문법적인 오류는 없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