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라틴어를 공부하는가

왜 라틴어를 공부할까요? 사실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사어라는 점에서 라틴어는 쓸모없어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장래가 유망한 제2외국어를 찾는 것이라면 라틴어는 배제해두는게 맞습니다. 그래도 라틴어를 꼭 공부해야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라틴어의 쓸모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국가별 라틴어의 위상

한국에서의 라틴어

한국에서 라틴어는 제 2외국어 대열에도 속하기 힘든 마이너한 언어입니다. 실제로 배울수 있는 곳도 매우 적고,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라틴어를 사용할 일도 매우 드물기 때문에 라틴어 교육은 주로 서양 고전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신학(기독교)을 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어권에서의 라틴어

반면 영어권에서 라틴어의 위치는 국내와는 사뭇 다릅니다. 영어 단어 중 많은 수가 라틴어 어근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영어권 화자들에게 라틴어는 좀더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영어에서 라틴어의 비중은 한국어 내의 한자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사용할때 일상적이고 쉬운 용어들말고 학술적이거나 고급 용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한자를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고급 영어단어를 공부할때 라틴어를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영어권 고등교육에서는 의무적으로 라틴어를 교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어를 더 잘하기 위해 라틴어를 공부하는 것은 닭잡는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하는 격입니다. 영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라틴어 공부할 시간에 영어공부를 하는것이 더 이롭습니다.


유럽에서의 라틴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하는 로망스권에서 라틴어의 위치는 한국에서의 중세 국어와 비슷합니다. 실제로 그들의 언어가 라틴어에서 분화되어 나온 것이기 때문에 로망스어족은 라틴어와 단어/문법 간의 유사도가 높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하며 고대/중세 국어를 공부하듯, 유럽의 학생들은 라틴어를 공부합니다. 그렇기에 유럽에서 라틴어의 비중은 상당히 높고 인지도 역시 있는 편입니다.

역시나 스페인어나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라틴어를 공부하는것은 아주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합니다. 라틴어를 공부할 시간에 스페인어나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을 더 공부하는게 실력향상에 더 도움이 됩니다.


학문에서의 쓰임

서양 고전 연구

로마가 한때 유럽의 대부분을 지배했고, 제법 융성한 문화를 꽃피웠기에 서양의 고전시기를 공부하고자 하면 반드시 라틴어를 만나게 됩니다. 이 시기의 문학작품을 비롯한 수많은 기록들이 고전 라틴어로 적혀있기 때문에 당시의 역사나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라틴어가 필수가 됩니다. 또한 르네상스 이후 유럽에서 고전시기를 재조명하고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되살리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에 라틴어로 쓰인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고전시기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이후의 근대 유럽을 공부하는데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크리스트교 및 신학

초기 세력이 미약했지만 로마에 의해 공인받으면서 널리 확장된 크리스트교(로마 가톨릭/구교)는 라틴어를 교회의 언어로 사용했습니다. 불가타(Vulgata)라는 이름의 라틴어 성경을 출판하고, 미사(Missa)는 당연히 라틴어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는 로마가 당시 유럽을 지배하고 있었고, 대다수의 신도들이 민중 라틴어를 사용하였기에 당연한 일이었죠. 라틴어로 미사를 봉헌하는 전통은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 지속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로마 가톨릭의 모든 전례 용어는 라틴어에서 유래하였고, 크리스트교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라틴어는 필수적입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크리스트교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수많은 신학 이론 역시 라틴어로 쓰였기에 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과 종교인들은 라틴어를 필수적으로 공부합니다.


학문 언어로써의 라틴어

근대 이전 유럽의 학자들은 학문을 연구하는데에 모국어보다 라틴어를 더 자주 사용했습니다. 당시 지식인이라면 대부분 라틴어를 공부해서 사용할 수 있었고, 이전까지 연구된 수많은 자료들이 라틴어로 작성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나라의 언어를 몰라도 라틴어를 매개언어로 타국의 학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시의 학술자료나 논문 등은 라틴어로 쓰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뉴턴의 프린키피아(Principia)를 들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는 수학/과학/철학 등을 살펴보는데 라틴어는 큰 도움이 됩니다. 


법학

근대법은 로마법과 교회법을 토대로하여 만들어졌기에 법학 용어 중 많은 것이 라틴어로 쓰여있습니다. 그래서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라틴어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되고, 실제로 법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중 라틴어를 공부하는 사람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