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와 시상

조회 수 3878 추천 수 0 2023.08.16 00: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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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의 시제

고전 라틴어에는 총 6개의 시제(현재, 미완료, 미래, 완료, 과거완료, 미래완료)가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3개의 시제(Tense: 현재, 과거, 미래)와 2개의 시상(Aspect: 미완료, 완료)이 있어 이 두 가지를 조합하여 총 6가지의 시제가 나오는 것이지요.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Present) 과거(Past) 미래(Future)
미완료(Imperfect) 단순 현재미완료 과거(단순 과거, 반과거)단순 미래
완료(Perfect) 완료 현재(전과거)과거완료(대과거)미래완료

불행히도 미완료 과거(반과거, imperfectum)완료 현재(전과거, perfectum)를 가리키는 용어가 섞여서 사용되고 있기에 라틴어에 시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이 둘을 혼동하기 쉽습니다. 이는 우리가 흔히 과거 시제라고 부르는 개념이 라틴어에서는 미완료 과거완료 현재로 나뉘어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미완료 과거는 과거에 일어났지만 완료되지 않은 사건, 즉 과거에 지속되었거나 반복적으로 일어났던 사건을 묘사하는데 쓰이는 반면, 완료 현재는 현재 시점에서 완료된 사건을 묘사하는 데 쓰입니다. 영어나 한국어 등의 언어에서는 이 두 가지 경우를 나타내는데 흔히 과거 시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미완료 과거나 완료 현재를 단순히 과거 시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둘을 가리키는데 과거 시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이것이 미완료 과거를 가리키는지, 혹은 완료 현재를 가리키는지 불명확해지기 때문에 본 홈페이지에서는 과거 시제라는 용어 대신 미완료 과거(줄여서 미완료)와 완료 현재(줄여서 완료)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시제와 시상

각 시제의 용법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시제(Tense)시상(Aspect)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이 둘은 단순히 시제라고 뭉뚱그려 이야기되지만, 엄밀히 따지면 시제와 시상은 별개의 개념입니다. 시제는 문장이 서술하고 있는 사건이 발화시점보다 먼저 일어났는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지, 아니면 나중에 일어날 것인지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다른 언어에서와 마찬가지로 라틴어에서도 현재(Present)과거(Past), 미래(Future) 시제가 있습니다. 현재 시제는 사건이 발화시점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때, 과거 시제는 사건이 더 먼저 일어났을때, 미래 시제는 사건이 더 나중에 일어날 때 사용됩니다.

시상은 서술하는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내적 양상(완료되었는지, 진행중인지 등)을 표현하는 개념입니다. 라틴어에는 완료상(Perfect)미완료상(Imperfect)이 있으며 영어에서처럼 진행상(Progressive)는 별도로 없습니다. 완료상은 발화시점에 완료된 사건을, 미완료상은 발화시점에 완료되지 않았거나 진행중인 사건을 나타낼 때 사용됩니다. 라틴어에서는 시제는 인칭어미를 통해, 시상은 어근을 통해 표현됩니다.

현재 (미완료 현재 시제)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현재 시제는 다른 언어들에서처럼 현재 일어나는 사건을 나타내는데 사용됩니다. 또한 라틴어에는 별도에 진행상이 없으므로 현재 진행형 역시 현재 시제로 표현된다는 것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단순히 현재뿐만 아니라 언제나 항상 있는 사실이나 상태, 행동 등을 나타내기 위해서도 쓰입니다. 따라서 위의 예시는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으며, 내가 지금 존재한다고 단순히 현재 사실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과거/현재/미래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참인 명제로써 나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명언이나 고전을 인용하는 경우에도 현재시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종종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현재시제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를 역사적 현재(praesens historicum)이라 합니다.

미완료 (미완료 과거 시제, 반과거)

cum amico cenabam.

(나는 친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or 저녁식사를 하곤 했다.)

라틴어에서 미완료 시제는 시제 접사 -ba-를 통해 실현됩니다. 과거에 일어났지만 완료되지 않은 사건을 묘사하는데 사용됩니다. 위 예문과 같은 경우 친구와의 저녁 식사가 습관적으로 여러 번 반복되었거나 혹은 길게 지속되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과거 진행형 역시 이 시제를 이용해 나타냅니다.

미래 (미완료 미래 시제)

cum amico cenabo.

(나는 친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할 것이다.)

라틴어에서 미래 시제는 1,2군 동사는 시제 접사 -bi-에 의해, 3,4군 동사는 어간 모음을 ea로 바꾸는 것을 통해 실현됩니다. 현재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묘사하는데 사용됩니다. 한국어의 경우 미래 시제를 나타내는데 쓰이는 '~할 것이다'가 주체의 의지를 동반하는 경우가 흔한 반면 라틴어의 미래 시제는 그 보다는 단순히 미래에 있을 일을 서술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체의 의지를 강하게 표현해야할 경우는 미래 시제 대신 접속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료 (완료 현재 시제, 전과거)

cum amico cenavit.

(나는 친구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라틴어의 완료상은 완료형 어근을 사용함으로써 표현됩니다. 완료 현재 시제의 경우 완료형 어근에 -i 인칭어미를 붙여서 실현됩니다. 라틴어의 완료 시제는 영어의 현재완료와는 용법이 사뭇 다르므로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위 예문에서 살펴볼 수 있듯 완료시제는 현재 시점에 이르러 그 동작이 완료된 사건을 서술하는데 쓰입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는 그 사건의 결과만이 이어져 오고 있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한국어에서 흔히 과거 시제로 표현하는 것들은 라틴어에서는 대게 완료로 표현되지만, 몇몇 경우 완료 시제로 쓰이면 의미가 전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라틴어 동사 vivo(살다)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미완료 시제로 쓰인 vivebam은 '살고 있었다, 살았다'의 의미로 쓰일수 있는 반면, 완료 시제로 쓰인 vixi는 '다 살았다(사는 것을 끝마쳤다. 즉 이제 곧 죽는다)'는 의미가 됩니다.

미완료 시제의 경우 과거에 반복적으로 행했던 행위를 나타내는데 쓰이것에 반해 완료 시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1번 마쳐진 행위를 나타내는데 쓰입니다.

수동태의 완료 시제

수동태의 완료 시제의 경우 sum 동사와 과거분사의 조합으로 쓰이는데, 이 경우 완료시제가 현재의 의미를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 porta clausa est. : 성문이 닫혔다. vs 성문이 닫혀 있다.
  • clausa est를 claudo 동사의 수동태 완료시제로 볼 경우 '닫혔다'와 같이 이미 완료된 행위로 해석하는게 맞습니다. 반면 clausa를 그저 과거 분사로 보고 여기에 est 동사가 붙은 것으로 볼 경우 '닫혀 있다'와 같이 닫힌 것이 현재 지속되고 있는 상태로 해석하는게 맞습니다. 따라서 두 가지 해석 모두 타당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라틴어 수동태에서는 두 경우가 문법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과거완료 (완료 과거 시제, 대과거)

    ubi domum advenieram, cenavit.

    (나는 집에 도착했을때 저녁식사를 했다.)

    라틴어에서 과거 완료 시제는 완료형 어근에 -eram 인칭어미를 붙여서 실현됩니다. 과거완료 시제는 과거에 완료된 사건을 서술하는데 사용됩니다. 위 예문에서 볼 수 있듯이 '내가 집에 도착한 것'은 '저녁식사를 한 것'보다 더 먼저 일어났기 때문에 cenavit이 완료 시제로 쓰이면, advenieram은 과거완료 시제로 쓰여야만 합니다.

    미래완료 (완료 미래 시제)

    ubi domum adveniero, cenabo.

    (나는 집에 도착하면 저녁식사를 할 것이다.)

    라틴어에서 미래 완료 시제는 완료형 어근에 -ero 인칭어미를 붙여서 실현됩니다. 미래 완료 시제는 현재보다는 나중에 일어나지만 미래 시점에 완료될 사건을 서술하는데 쓰이는데, 흔한 개념은 아니기에 쉽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라틴어에서 미래완료는 단독으로 쓰이기보단 위 예문에서처럼 종속절에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 도착하는 것'은 '저녁식사를 하는 것'보다 먼저 일어나야하므로, cenabo가 미래시제로 쓰이면, adveniero는 미래완료로 쓰여야만 하는 것입니다.

    미완료 과거와 완료 현재

    두 시제는 모두 과거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헷갈리기 쉽습니다. 둘은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그 상(aspect)이 다르다는게 차이점입니다.

    in via ambulabam, cum amico occurri.

    (내가 길을 걷고 있을 때, 친구를 만났다.)

    ambulabam은 미완료 시제이고, occurri는 완료 시제입니다. 즉 예문이 가리키는 시점에서 나는 이미 걷고 있었고 예문의 사건이 끝난 뒤에도 나는 계속 걸어갔습니다. 즉, ambulo(걷다)라는 사건이 문장이 가리키는 시점 내에서 시작되지도 않았고, 그 시점 안에서 완료되지도 않습니다. 반면 , 친구를 만난것은 바로 그 순간 일어났고, 또 그 순간 마무리됩니다. 즉 occurri는 완료 시제이기 때문에, 예문이 가리키는 시점 내에서 시작되고 완료됩니다.

    정리하자면, 미완료 시제는 문장이 가리키는 시점 바깥에서 시작되거나 완료되는 경우 사용되고, 완료 시제는 문장이 가리키는 시점에서 바로 시작되고 그 시점 안에서 완료되는 경우(꼭 바로 완료될 필요는 없습니다) 사용됩니다.

    종속절 접속법의 시제

    라틴어에서 접속법을 사용하는 종속절의 시제는 주절과의 시간 순서에 의해 결정됩니다. 주절과의 상대적인 시간 순서에 따라 주절과 동일한 시간인지, 주절보다 과거인지, 혹은 미래인지에 따라 종속절의 시제가 결정됩니다. 또한 주절의 시제가 1차(현재와 미래를 아우름)인지, 2차(과거를 아우름)인지에 따라 종속절의 시제 역시 달라집니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주절의 시제종속절의 시간 순서종속절의 시제
    1차(Primary sequence),
    현재/미래/미래완료
    주절과 동일현재
    주절보다 과거완료
    주절보다 미래현재(혹은 미래분사)
    2차(Secondary sequence),
    완료/미완료/과거완료
    주절과 동일미완료
    주절보다 과거과거완료
    주절보다 미래미완료(혹은 미래분사)
  • 접속법에는 미래시제가 없으므로 주절보다 미래의 사건을 묘사하는데에 현재 혹은 미완료 시제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다만 미래분사와 sum동사를 활용해 미래 시제를 나타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경우 1차 시제에서는 -urus sim, 2차 시제에서는 -urus essem을 사용합니다.
  • 예를 들어, 주절의 시제가 현재이고, 종속절은 주절보다 앞서 일어났다면, 종속절에서는 완료 시제를 사용해야합니다. 반면 동일하게 종속절이 주절보다 먼저 일어났다하더라도 주절의 시제가 완료라면, 종속절에서는 과거 완료를 사용해야합니다.

    다만 이 규칙이 항상 100% 지켜지는 것은 아니며, 2차 시제에 속하는 과거 시제라고 할지라도 저자가 그 시점을 현재와 같이 생생하게 여긴다면 종속절의 시제를 1차 시제에 맞추어 쓸 수도 있고, 반대로 역사적 사실을 현재 시제로 나타낸 경우 문법적으로는 1차 시제인 현재로 표현되지만, 그 사건이 발생한 실제 시점을 고려하여 종속절의 시제를 2차 시제에 맞추어 쓸 수도 있습니다.


    공헌자 :
    bab2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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