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의 동명사(Gerund)와 동형사(Gerundive)는 각각 동사를 명사처럼, 형용사처럼 사용하기 위해 쓰이는 문법적 장치입니다. 둘의 형태가 매우 비슷하고 또 용법도 겹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문서에서 한꺼번에 모아 설명하고자 합니다.
[1] [2] 동명사(Gerund)
동명사는 동사에 명사적 성질을 부여하여 명사가 사용되는 자리에 쓰일 수 있도록 합니다. 라틴어에서 명사는 주어나 목적어 혹은 기타 부가어로 쓰이기 위해
격(case)이라는 표지를 부여받습니다. 동명사도 명사의 역할을 수행하므로 명사와 동일하게 격을 가집니다. 동명사가 일반 명사와 다른 점은 동사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스스로 목적어를 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명사는 동사의 현재 어간에
-ndum를 붙여서 생성합니다. 굴절형태는 2변화 중성 명사의 단수 변화형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격 | 동명사 | 뜻 |
주격 | (amare) | 사랑하는 것이, 사랑함이 |
속격 | amandi | 사랑함의, 사랑하는 |
여격 | amando | 사랑함에 |
대격 | (amare) | 사랑하는 것을, 사랑함을 (동사의 목적어) |
대격 | amandum | 사랑하기 위하여 (전치사의 목적어) |
탈격 | amando | 사랑함으로 |
동명사는 기본적으로 현재 능동 부정법과 동일하게 현재 시제 / 능동태의 의미를 지닙니다. 동명사는 주격으로는 쓰이지 않으며 주격이 필요할 경우 부정법을 사용합니다. 부정법은 또한 동사의 직접 목적어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전치사의 목적어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하므로, 이 경우는 동명사의 대격을 사용합니다.
정리하자면 부정법의 경우 주격과 대격(동사의 직접 목적어)으로만 사용될 수 있고, 나머지 격으로는 쓰일 수 없는데, 이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을 동명사가 수행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주격
주격으로 쓸 경우 부정법을 사용합니다. 부정법 대신에 동명사를 주격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errare est humanum. 실수하는 것은 인간적이다. 속격
동명사의 속격은 일반적으로 명사를 수식하는 데에 자주 쓰입니다.
- imperator cepit consilium liberandi patriam. 사령관은 조국을 구할(=조국을 구함의) 결심을 했다.
- tempus studendi 공부하는(=공부함의) 시간
또는 속격을 취하는 일부 형용사와 함께 쓰이기도 합니다.
cupidus sum videndi. 나는 보고 싶다. (cupidus가 속격을 취함)속격을 취하는 형용사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여격
동명사가 여격으로 쓰이는 경우는 여격을 지배하는 형용사 혹은 동사와 함께 쓰이는 경우뿐입니다. 이 경우에도 동명사가 스스로 목적어를 가지지 않는 경우에만 여격으로 쓰이며, 목적어를 가지는 경우 동형사의 형태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legendo operam do. 나는 독서에 힘쓴다.여격을 취하는 형용사 및 동사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utilis, inutilis, aptus, idoneus, par, impar
- deditus
- praesum, desum, vaco
- studeo, sufficio, operam_do
- diem_dico, locum_capio
대격
동사의 직접 목적어로 쓰일 경우 부정법을 사용합니다.
multi homines nesciunt scribere. 많은 사람들은 글 쓰는 것을 모른다.전치사와 함께 쓰이는 경우에만 동명사의 대격을 사용합니다. 주로 ad와 함께 쓰여서 목적(~하기 위하여) 을 뜻하는 데에 쓰입니다. 동명사가 목적어를 가지는 경우, 동명사 대신 동형사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omnes ad speculandum venerunt. 모든 이들이 구경하기 위해 왔다.ad 이외에도 ob, inter 등이 동명사의 대격과 함께 쓰입니다.
탈격
동명사의 탈격은 일반 명사의 탈격과 마찬가지로 수단이나 모양 등을 표현하는 부사적인 용법으로 주로 쓰입니다.
sedendo scripsit epistolam. 그는 앉아서(=앉음으로써, 앉은 상태로) 편지를 썼다.또는 탈격을 지배하는 전치사와 쓰이기도 합니다.
동형사(Gerundive)
동형사는 동사에 형용사적 성질을 부여하여 형용사가 사용되는 자리에 동사가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동사의 변화형태입니다. 동사의 형용사적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분사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일반적인 분사와는 다른 쓰임새로 쓰이는 경우가 있어
동형사(Gerundive)라고 별도로 구분하여 설명하는게 일반적입니다. 동형사는 수동 형용사, 미래 수동분사, 혹은 당위 분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미래 수동분사라는 또 다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동형사는 기본적으로 미래 시제와 수동태의 의미를 갖습니다.
동형사는 동사의 현재 어간에 -ndus, -nda, -ndum을 붙여서 생성합니다. 따라서 중성 단수 형태는 동명사과 겹치게 되어 헷갈리기 쉬우므로 유의하여 살펴보아야 합니다.
당위 분사로써의 용법
동형사는 기본적으로 미래 수동태 분사이므로 다른 분사들과 동일하게 명사를 수식하거나 보어로 사용됩니다.
- leges observandae 준수되어야 할 법률들
- virtus nobis colenda est. 덕행은 우리에 의해 지켜져야 한다.
미래와 수동의 의미를 지니기에 "~될", "~되어야 할"과 같은 식으로 해석하며, 행위의 주체를 나타내야할 경우 일반적인 수동태와는 다르게 여격을 사용합니다. 단, 원래 여격을 목적어로 받는 동사의 경우, 일반적인 수동태와 마찬가지로 탈격을 사용합니다.
목적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동사도 동형사로 쓰일 수 있으며, 이 경우 수동형에서 주어(=능동형에서의 목적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비인칭 용법으로만 사용됩니다. 이 경우 능동형으로 구조를 바꾸어 한국어로 해석하는 게 좋습니다.
bibamus, (nobis) moriendum est. 마십시다, 우리 모두는 죽어야 할 것이기에. 동명사를 대신하여 쓰이는 용법
앞서 동명사 단락에서 몇 번 언급하였듯이, 동명사는 그 자체로 목적어를 가질 수 있으나, 고전 라틴어에서는 동명사에 목적어를 직접 붙이기보다는 동형사를 사용하는 것이 선호됩니다. 동명사와 직접 목적어는 다음과 같이 동형사구로 고쳐 쓸 수 있습니다.
1. 격은 동명사의 것을 따라갑니다.
2. 성과 수는 직접 목적어의 것을 따라갑니다.
다음 예문에서 동명사 liberandi는 속격으로 쓰였고, 동명사의 직접 목적어 patriam은 여성 단수이므로, 이를 동형사로 바꾸려면 여성 단수 속격으로 liberandus와 patria를 맞춰주면 됩니다.
- imperator cepit consilium liberandi patriam.
- imperator cepit consilium liberandae patriae. 사령관은 조국을 구할(=구하여질 조국의) 결심을 했다.
동명사구를 동형사구로 바꾸어 사용하는 경우가 고전 라틴어에서 흔하므로, 동형사구를 번역할 때 미래 수동 분사가 아니라 동명사구로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있음을 숙지해야합니다.
동명사 및 동형사를 사용하면 안되는 구조
'~없이', '~대신에'의 의미를 나타내는 데에는 동명사나 동형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대신
자립분사구나 목적절 등을 사용해야 합니다.
- qui intus erant nullo laeso ex aedificio ardenti effugerunt. 누구도 다치지 않고 안에 있던 사람들이 불타는 건물 밖으로 탈출했다.
- *qui intus erant sine laedendo ex aedificio ardenti effugerunt. (비문. '~없이'를 나타내기 위해 sine와 동명사를 쓰면 안된다)
- [1] 허창덕, 1962, 『라틴어 문장론』, 가톨릭대학교출판부, 343~350쪽
- [2] Ashdowne, R., & Morwood, J. (2007). Writing Latin. Bristol Classical Pr. pp.109-113